표류하는「연철」끝내 좌초위기|부산공장 근로자 농성 백일 넘어서|분규 휘말려 가동율 30%도 못돼|경영난 날로 악화…부국반응 "쌀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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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기간 분규에 횝싸여온 연합철강이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동국제강의 연철포기』『연철의 공개입찰, 매각』을 주장하는 부산공장 근로자들의 농성이 지난 9일로 1백일을 넘겼지만 사태는 수습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어가는 느낌이다.
1백명씩 교대로 서울본사에 상주하면서 각계요로에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던 근로자들은 20여명만을 남겨놓고 부산공장으로 철수했지만 6월중순 앞으로의 진로를 묻는 투표에서 『현재의 투쟁방법대로 동국제강에 이익을 주는 수출품 생산을 중단하고 내수용도 절반으로 생산량을 줄인다』는 조업단축안이 통파, 수습의 실마리를 전혀찾지 못했다.
근로자 1천여명은 지난7일과 9일에도 부산시내에 진출, 자신들의 주장관철을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때문에 가동률은 여전히 30%를 밑돌고 있고 생산량 감소에 따른 부작용이 일고 있다.
내수용 공급의 부족으로 가전메이커등 냉연강판수요업체가 곤란을 겪는가하면 해외에서는 종합상사 주재원이 제품을 적기에 인도하지 못해 사기죄로 몰리는사태까지 빚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영압박이다.
회사의 한 간부는 『그동안 4백80억원내외의 유보자금으로 적자경영을 버텨봤는데 이나마 거의다 소진되었다』면서 『연철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을게 확실한만큼 8월초에는 부도가 날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김성덕부사장을 비롯한 현경영진은 상공부에 중재요척을 했지만 쌀쌀한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부로서는 일개 기업의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않은 입장인 데다가 1백2만t규모의 포철제2냉연공장이 지난2월 준공됐고 오는 11월에는 1백20만t규모의 제3냉연공장(광양)이 준공될 예정이어서 냉연강판 부족현상이 해소되기 때문에 연철에 그리 아쉬운 입장은 아니기도 하다.
따라서 부도사태를 면하려면 연철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해야할 형편이다.
이와관련해 서울본사, 부산공장 차장·과장급 간부 91명은 이달초▲동국제강의 경영참여는 반대하며 이를 왜곡, 악용하는 것도배격한다▲조업, 감축사태를즉시 중단하고 정상가동할것을 촉구한다▲현경영진을 중심으로한 자주적인 경영체계 구축을 촉구한다▲장상태·권철현 양대 주주는기업가 본연의 책임감을재인식할 것을 촉구한다는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부산공장 근로자들과 또다른 목소리가 집단적으로나온 것이다.
부산공장을 주도하고 있는연철정상화추진위원회의 한간부는 『지금 당장 총파업에 돌입하자는게 현장의 분위기』라면서 『그동안 정부에 의해 경영자가 여러번바뀌면서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만큼 정부가 개입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정치적 힘에 외해 권철현·양정모·장상태씨로 주인이 바뀐 연철은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상황에서 부도라는 결말을향해 걸어가는 양상이다.

<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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