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청년 일자리 많이 만들어야 반기업 정서 해소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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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경식 경 총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손경식 경 총 회장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규직 직접 고용 원칙 등은 헌법이 아니라 하위 법령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경총 회장 취임 후 첫 간담회 #최저임금 16% 인상 기업에 큰 부담 #구조조정, 독일 ‘업스킬링’이 대안 #시장원리 따르되 재교육 강화해야

‘재계의 원로’ 손경식(78)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안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 역시 개헌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헌법 조문은 추상적·포괄적이어야 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 법률로 정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헌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다. 지난달 5일 취임한 그는 2년의 임기 동안 경총을 이끌게 된다.

그는 경영계 최대 화두인 연 16%대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최저임금은 올려야 하지만, 기업이 감내할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상여금·식비 등 현재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들을 어디까지 포함하느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앞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올해처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경우 고용과 물가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펼칠 계획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근로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CJ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 등을 역임할 때도 소통 능력이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았다. 특유의 ‘소통 리더십’은 경총 회장이 되면서도 이어졌다. 그는 취임 후 두 달도 채 안 된 사이 한국노총 지도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고 민주노총 방문을 위해서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회장은 “상대방 얘기를 경청하고, 대화로 노사가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경총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총이 대기업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중견·중소기업 등 모든 회원사가 환영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처럼 기업이 불법적인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은 일절 하지 않고 법을 잘 지키는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미지를 개선하면 반기업 정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사 대립이 격화할 수 있는 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이 도입하고 있는 ‘업스킬링(Upskilling)’ 방식을 제안했다.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교육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경총은 손 회장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가 열린 이 날, 삼성그룹 노조 와해 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경총이 지난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교섭권을 위임받아 노사 협상을 할 당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손 회장은 이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총이 노사 교섭을 맡아서 한 일은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될 일은 하지 않았다고 보고받았다”고 언급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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