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화 분위기 “서울대-김일성大 교류하자”…서울대생들 시큰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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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교 교류’ 등과 관련해 ’학생회가 다룰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25일 밝혔다. [중앙포토]

서울대 총학생회는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교 교류’ 등과 관련해 ’학생회가 다룰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25일 밝혔다. [중앙포토]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 위원회를 제안한다’는 내용의 NL(National Liberationㆍ민족해방) 계열인 운동권 단체 발제에 대해 서울대는 “학생회가 다룰 사안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과거 남북 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총학생회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대학생들의 ‘탈이념화’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3월 25일 서울대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를 열어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 설치 제안’ 안건에 대해 찬반을 논의한 끝에 이를 부결시켰다”고 25일 밝혔다. 당시 학생회 내부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총학생회 차원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총운위는 학생들이 선출한 단과대 대표들이 참석하는 서울대 학내 주요 의사결정기구다.

이 안은 NL 계열의 운동권 단체인 ‘6ㆍ15 남북 공동선언 지지ㆍ이행을 위한 범서울대인 연석회의’가 올린 것으로, 이들은 “남북 각계각층의 활발한 만남이 중요하다. 학생 간 교류를 진행해 평화와 화해 통일의 물결에 동참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라며 김일성종합대학과 교류를 제안했다. 이들은 또 “한반도 평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가 북측 김일성종합대학과 학생 간 교류를 진행하고 평화와 화해, 통일의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며 “올해 8월 내로 방북, 3박4일 동안 평양을 방문한 뒤 김일성대 학생들과 토론회를 열고 공동 발표문을 내겠다”는 구체적인 일정표도 함께 제시돼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는 이번 안건과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대학교-김일성종합대학 교류사업을 함께 준비해나갈 학우 여러분을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가 내걸렸다. 하지만 이를 본 학생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학내 곳곳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한 분위기다. 과거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마다 총학생회가 앞장 나서 입장 발표를 내고 앞장서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되레 학생들은 “눈앞에 닥친 취업과 공부가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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