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터리' 한국인이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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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를 이용해 고성능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의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는 미 MIT대의 재료공학부 박사 과정에 있는 남기태씨와 이 학교 화학공학부에서 포스닥(박사 취득 후 수련 과정)을 하는 유필진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동완 박사 등 한국인 과학자 세 명이 주도해 이런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충전 용량을 종전의 세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성과는 6일자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단백질과, 충전 특성이 있는 재료인 코발트 이온을 결합시켜 코발트 산화물을 만들었다. 이어 이 산화물을 충전용 리튬이온 2차 배터리(재충전 가능한 배터리)의 전극으로 사용했다. 연구에 쓰인 M13이라는 바이러스와 코발트 산화물 제조 공정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제조 공정을 상온에서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배터리용 코발트 산화물 제조 공정은 섭씨 500~700도의 고온을 요하고 인체에 해롭다. 따라서 기존 탄소 전극 2차 배터리보다 성능을 크게 높이고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김 박사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환경친화적이고 크기가 아주 작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며 "생체 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소자나 나노 전지를 만드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gang.co.kr>

◆ 바이러스에 금속이 어떻게 붙나=바이러스는 DNA와 단백질로 이뤄진 생체로 전기적으로 음성(-)을 띤다. 코발트 이온은 양성(+)이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 단백질에 코발트 이온이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태로 녹이 슬면 바이러스는 전극으로 쓸 수 있는 코발트 산화물 막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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