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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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만사람들은 「중공」혹은「대륙」이라고 한다. 정권을 얘기할 때는 중공, 사람과 지명을 지칭할 때는대륙. 중공은 원래 중국공산당의 약칭이며 나라 이름은 아니다.
중공사람들은 대만을 역시 「대만」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피장파장이다. 요즘은 양쪽이 서로 오거니 가거니 하면서도 시침떼고 정식 이름은 부르지 않고 있다.
중공은 우리나라를 「남조선」으로 부른다. 「북조선」을 기준으로 한 명칭이다. 요즘도 중공의 신문들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중공과 우리는 서로 공식문서에서 상대방의 정식 국호를 부른 일이 있었다. 84년 중공민항기 사건 때 두 나라 사이에 교환한 각서에서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했다. 미묘한 상황에서 서로 예의를 차린 셈이다.
중국이란 명칭은 그 유래로 보면 정치적인 이름이 아니다. 중국인은 고래로 하, 화, 중하,중화, 화하, 중국, 중주, 중원이라는 명칭을 써왔다. 중국이라면 중공정권보다는 광활한 중국대륙을 먼저 연상하게 된다.
대만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중국으로 불러주기를 바라지만 사실 실감은 나지 않는다. 문화권이 다른 서양사람의 경우라면 몰라도 같은 동양 문화권에 사는 우리는 그렇다.
언젠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공 신화사통신의 한 간부가 중공이라는 호칭에 정색을 하고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를 보았다. 우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칭이라고 설명했지만 곧이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 쪽에선 우리를 될 수록 영어로 「코리아」라고 했는데, 그 것도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았다. 물론 「한국」이라고도 했다.
엊그제 노대통령은 7·7선언을 하며 중공을 중국으로 불렀다.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하지않고 중국이라고 한것은 묘미가 있다. 깊이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아뭏든 우리가 듣기에도 부드럽고 중공쪽에서도 굳이 국호를 불러주지 않아도 기분이 괜찮았을 것 같다.
이제 두 나라 사이엔 무역대표부를 언제 개설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중공이다, 남조선이다 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이쯤 됐으면 스스럼 없이 한국, 중국으로 불러야 한다. 성년도 지나 중년이 되고도, 더구나 서로 잘 지내자는 마당에 별로 인상이 좋지도 않은 별명을 부르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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