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기승에 '판교 학원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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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도시 개발이 서울 강남지역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9.5대책으로 강남 아파트의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의 아파트 값 폭등세를 꺾은 다음 판교를 강남의 대안으로 부각시켜 확실히 집값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판교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고 자족기능을 갖춘 명실상부한 신도시가 되도록 벤처단지 20만평과 상업.업무용지 5만평을 배정했다.

녹지율은 당초계획(30%)보다 높여 35%로 상향 조성함으로써 현재 개발 중인 신도시 가운데 최고의 주거여건을 보장했다. 인구밀도도 ha당 98명으로 역대 신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형평수(전용면적 40.8평 초과)의 아파트 비중을 당초 계획보다 늘려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도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강남의 주된 매력 중 하나로 꼽히는 교육여건면에서도 강남 못지않은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건교부는 판교에 특목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와 1만평 규모 학원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판교에 외국인학교의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교육여건을 이유로 강남에 몰리는 수요를 상당히 만족시킬 것이란 게 건교부의 계산이다. 정부가 나서서 사교육 열기까지 조장한다는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강남의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에 처음으로 조성될 학원단지는 정부의 기본 업무인 공교육 육성과 동떨어진 사교육 우대 정책이라는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종대 건교부 신도시기획단장은 "신도시가 조성되면 학원은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는데 문제는 유흥업소 등과 섞여 교육상 좋지 않기 때문에 전용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의 학원은 개발계획이 없을 때 설립된 것이라 학원 주변에 유흥업소가 즐비하다.

이 때문에 판교에 학원단지를 조성해 인기있는 유명 학원들을 유치하면 강남으로 몰리는 학원교육 수요를 분산시켜 강남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단지 조성이 법적.제도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공교육을 중시하는 국가의 기본 교육정책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얘기다. 전방위 총력전에 나선 정부의 강남 집값 잡기 정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윤 기자

<판교 신도시 개발 계획>

위치: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일원

면적:2백81만8천평(9백13만5천㎡)

인구:8만9천명(예상)

건설주택:2만9천7백 가구(평형별 가구는 10월말께 확정될 예정).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가구:18평 이하(전용면적)=9천5백 가구, 18평 초과~25.7평 이하=1만1백 가구, 25.7평 초과~40.8평 이하=5천8백 가구, 40.8평 초과=1천가구, 단독주택=3천3백 가구

분양시기:시범단지 2005년 상반기, 본단지 2005년 하반기(예정)

입주학교:공립학교=초등 9, 중등 5, 고등 6개, 특목고 1개, 특성화고 1개, 자립형사립학교(초.중.고)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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