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금지된 이란 '몰래 술장사' 성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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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음주가 엄격히 금지되는 이슬람 국가 이란에서 비밀리에 술 장사가 성업 중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5일 소개했다. 프랑스 포도주에서 러시아 보드카까지 전화 한 통이면 배달해 준다는 것이다.

주로 전화로 주문을 받는 업자들은 검은 비닐봉지에 술을 숨겨 스쿠터나 자동차로 몰래 배달해 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매달 불법 반입된 수만 병의 술이 경찰에 압수되지만 술꾼들은 업자로부터 충분한 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 주류업자는 "하루 18시간 일할 정도로 바쁘다"며 "수요가 많고 수입이 좋아 그만두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적발되면 물게 되는 벌금이 내가 내는 세금보다도 적다"며 "벌금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은밀한 거래가 필수적이어서 고객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밝혔다. 예로 알코올 중독자들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아 가급적 피한다고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뒤 이란에서는 알코올을 팔거나 마시는 것이 금지됐다. 특히 밀수 주류는 집중 단속 대상이 돼 왔다.

순수 알코올을 약국에서 의약품으로 파는 것조차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집권한 97년에 와서야 허용됐을 정도다.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가 성행하자 보수적 색채가 짙은 새 의회는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적발되면 무거운 벌금이나 3~12개월의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지금은 이슬람 율법에 맞춰 음주를 금하고 있지만, 이란은 원래 포도주 발상지의 하나로 알려졌다. 기원전 5400년에 하지피루즈(현재의 오루미에 남부)라는 지역에서 포도주를 제조한 고고학적 증거가 있다고 한다. 술을 담그는 포도 품종인 시라즈(또는 시라)는 이란의 포도산지 이름이기도 하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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