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한다고요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결혼, 달콤하고도 씁쓸한 유혹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예문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달뜬 탓인가요? 책상 위로 툭툭 던져지는 청첩장이 늘었습니다. 문득 지난해 가을 무렵 나온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의 원제는 '결혼이 무서워'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여성, 결혼을 앞둔 신부, 남편 곁에서도 외로운 주부들의 심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니 원제가 책 내용에 충실한 듯합니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케케묵은 말을 들출 것도 없이, 결혼은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큰 일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TV 드라마의 대부분이 결혼을 둘러싼 줄다리기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워낙 큰 일이다 보니 결혼이란 것이 마냥 설레고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혼수며 예단을 둘러싼 신경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혼 날짜가 다가올수록 '잘한 선택인지'에서 '해야 하는 건지'까지 온갖 생각으로 심란했던 경험을 한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특히 여성들은요.

이 책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에 관한 심리학.사회학적인 분석서입니다. 지은이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며 결혼을 지지하거나 '결혼은 미친 짓'이라며 만류하지 않습니다. 대신 독신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환상은 물론 결혼 기피증이나 결혼 불감증, 결혼하지 않은 후회, 결혼하고도 외로움을 호소하는 심리들을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흔히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안정된 직장이나 고액 연봉이 아니라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만큼 어려운 조건이 없답니다. 부모처럼 무조건적인, 그런 이해와 사랑이 쉽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이 조건을 포기한 채 넉넉함이나 외모, 시부모를 모시지 않는다는 등의 현실적 조건에 혹해 결혼한 사람들의 이후 인생 또한 행복하지는 않은 데 독신 여성들의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본 부부들을 대상으로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지 조사한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1위는 물론 '홀로 있을 때'였지만 2위는 남편들은 '직장에 있을 때'인 반면 아내들은 '남편과 있을 때'였답니다. 이를 두고 지은이는 무신경한 남편 곁에 있을 때 아내는 더 외로움을 탄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전문 연구서, 사례 조사에 지은이의 상담경험이 더해져 꽤 유용합니다. 결혼과 관련해 언젠가 부닥칠 장애와 그에 대처할 제안을 담았기에 결혼 적령기 여성에게든 주부에게든 상당한 도움이 될 듯싶습니다. 그런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사랑에 적기(適期)는 없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개인의 선택이다'라네요.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