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배가 보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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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출신의 송보배(17.제주 삼성여고3)가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보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국가대표 아마추어인 송보배는 지난 6일 부산 아시아드골프장에서 폐막한 아스트라컵 제17회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총상금 2억원)에서 3라운드 합계 6언더파 2백10타를 쳐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의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골프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하기는 정일미(1993년).김미현(95년).장정(97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지난해까지 상비군으로 활약하다 올해 국가대표에 발탁된 송보배는 지난 7월 대만에서 열린 퀸시리키트컵 아시아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에이스로 떠올랐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클럽을 잡은 송보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구력이 짧은 편이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아크가 큰 정통파 스윙을 구사한다. 1m68㎝의 듬직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은 2백50야드를 훌쩍 넘겨 아마추어 시절의 박세리(26.CJ)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송보배는 힘보다는 정교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도그레그 홀이 많은 이번 대회에서 코스를 가로지르는 과감한 샷을 날리다가 OB를 내며 주춤한 프로선수들과 달리 송보배는 정확하고 안전한 샷을 구사한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제주 출신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민종 프로의 지도를 받고 있는 송보배는 대회 개막 이틀 전인 지난 3일 조부상을 당했지만 장례식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출전해 우승의 감격이 더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큰 선물을 주시고 가신 것 같다"는 송보배는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내년 2월 고교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송보배는 "당장은 오는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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