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삼바축구 알리송의 '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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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2시 울산 문수경기장 내 선수대기실 앞. 까까머리의 삼바 용병 알리송(22.대전 시티즌)이 울산 현대의 브라질어 통역사 이말순씨와 얘기를 하고 있다. 최근 대전으로 임대되기까지 울산에 몸담았던 알리송에게 이씨는 둘도 없는 친구다.

그때 갑자기 울산의 골키퍼 서동명이 뒤에서 손가방으로 알리송의 머리를 툭 친다. 알리송이 돌아보자 귀밑까지 입이 죽 벌어지면서 한번 더 친다. 알리송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이번엔 최성국이 "알리송! 잘지내?"라고 소리치며 손을 덥석 잡는다. 정이 듬뿍 담긴 모습이다.

한시간 뒤면 자기팀과 맞서 싸울 '적군' 알리송에게 울산 선수들이 왜 이처럼 다정할까. 답은 대전 최윤겸 감독에게서 나왔다. 한마디로 '밝고 꾸밈없고 순박한 친구'라는 게 최감독의 평가다.

"연습할 때 공을 달라고 할 때도 알리송은 '여기, 여기'라고 안해요. '형, 형'하지요. 골을 넣으면 제게 달려와 껴안으며 '감독님, 고맙습니다' 그래요. 물론 한국말이지요. 모두들 알리송을 예뻐할 수밖에 없지요."

울산 시절 아직 K-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던 알리송은 대전으로 옮기면서 활짝 피어났다. 최근 수원 삼성전에서 완벽한 돌파와 슈팅으로 두골을 기록해 2-1 승리를 이끌었다.

요즘 알리송은 경기 때마다 최감독에게 선발로 출장시켜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최감독의 대답은 "노"다.

"알리송은 스피드를 앞세운 측면 돌파가 장기예요. 따라서 짧은 거리에서 정확하게 패스해줄 수 있는 선수가 받쳐줘야 해요. 유일한 적임자인 이관우는 발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풀타임 출장이 어려워요. 알리송은 관우와 묶어서 후반전에 내보내려는 거지요."

울산=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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