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불신 커져 투자환경 개선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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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동북아경제중심 논의를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정부는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구체안을 갖고 외국인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난 3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15차 총회에서 2년 임기 의장직에 취임한 김기환 한국PECC(KOPEC)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金회장은 "서구인은 물론 이웃인 중국과 일본까지 무관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동북아경제중심이 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노사 문제 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투자 환경을 만들 때 경제중심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금융시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많이 근접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잘하면 동아시아 금융중심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명했다.

PECC는 198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협력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국제기구로, 89년 정부 차원의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탄생시킨 모태가 됐다. 이번에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차기 총회가 2005년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독자 행보와 중국.일본 간 상호 견제 등으로 PECC와 APEC 모두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金회장은 PECC 의장으로서 "앞으로 태평양 지역이 동서로 갈리고, 동아시아가 다시 남북의 소(小)지역주의로 나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열린'지역주의 논의의 장(場)으로 PECC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金회장은 아.태지역의 경제통합 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논의할 상설 사무국을 PECC에 두는 구상을 실천에 옮길 계획이다. 사무국은 현재 중국과 일본의 상호 견제를 감안할 때 한국에 설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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