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 시스템 민항기에 속속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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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02년 11월 28일, 케냐의 해안 휴양지 몸바사에서 승객과 승무원 2백70명을 태우고 공항을 이륙하던 이스라엘 여객기를 향해 두 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미사일이 살짝 빗나가면서 여객기는 위기를 모면했다.

9.11테러 2주년을 앞두고 미국 국토안보부는 항공기 테러 주의보를 발령했고 몇몇 나라들이 민항기에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장착하는 계획을 본격 추진 중이다.

현재 민항기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지대공미사일은 구소련제 SA7. 전문가들은 3마일(약 4.8㎞) 거리 내의 민항기를 격추할 수 있는 이 무기가 세계 암시장에서 수천기나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발 앞선 이스라엘=이스라엘은 민항기 장착용 미사일방어시스템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AP통신이 5일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옷 아흐로노지를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이스라엘이 조만간 국영항공 엘 알만의 비행기 8~10대에 이 시스템을 장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영국.호주=테러 위협을 이유로 지난달 13일 사우디아라비아 취항을 중단했던 영국의 브리티시항공(BA)은 5일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일방어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A 대변인은 보잉과 에어버스 두 회사와 구매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6천8백여대의 민항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도 미사일방어장치를 갖추기 위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지난달 인도계 영국인 무기중개상이 러시아제 '이글라(IGLA.SA-18)' 미사일을 미국에 밀반입하다 붙잡힌 사건 이후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도 "민항기에 대한 견착식 미사일 공격위험이 하이재킹 위험보다 더 크다"며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호주 언론들은 5일 콴타스 항공이 정부 보조금을 얻어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장착하려고 연방정부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실효성은 미지수=그러나 값은 비싸고 효과는 아직 의문이다. '항공기 수호'는 대당 12억원이고, 영국에서는 대당 18억원 정도의 시스템을 예상하고 있다. 호주 콴타스 항공도 자사 국제선에 완전히 적용하려면 5천억원 이상이 필요하며, 미국은 12조원대라고 한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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