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칼럼] 전문인력 氣를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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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6개월 전 미국에서 귀국할 당시 한국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북한 핵문제, 경제문제, 세대 및 계층 간의 갈등으로 연일 시끄러웠다. 지난해 월드컵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도 다를 바 없어 기업인들은 회사를 정리하고 투자이민을 가거나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통째로 옮기고 있다. 일부 중산층 전문인들까지 나서 인생역전이라는 불가능에 매주 도전하고 있다.

변화 없는 한국의 정치풍토, 점점 떨어지는 생산성, 카드부채, 그리고 집단이기주의에 관한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일년 사이에 7만8천명이 실직자가 되고 청년실업자의 비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현상이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여론 수렴을 내세워 토론만 하고 있다.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주어진 시간 내에 약속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정치지도자들이 방법조차 틀려 보이는 '신토론문화'에 도취해 남의 다리만 긁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나는 대학생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미래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사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 그들의 후원자가 돼야 한다. 실업률 증가, 분열된 국론, 비전이 결여된 정책성 토론은 나라의 기둥인 전문 인력들의 탈국(脫國)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사회 각층의 인재들이 비전을 가지고 각자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사회지도자들은 민주 자본주의사회에서 고용 증대가 주는 정치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미국이 전문인력의 이민을 발판으로 오늘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이 시사하는 바를 곰곰 되새겨야 한다.

김 형 국 숙명여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