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1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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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무송에게 곤장 쉰 대를 더 때리라는 명령을 받은 포졸들은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안 그래도 무송이 곤장 스무 대를 맞고 엉덩이가 다 흐물흐물해졌는데 거기다가 또 쉰 대를 때리면 아예 골반 뼈가 허옇게 드러날 판이었다.

"왜 머뭇거리느냐? 매우 치라니까."

현감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재촉하였다. 포졸들이 할 수 없이 곤장을 들고 무송의 엉덩이를 갈기기 시작했다. 무송은 고통을 참기 위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폈다 하였다. 그런데 차라리 비명이라도 크게 질렀으면 현감의 마음을 덜 언짢게 하였을 텐데 그렇게 비명을 삼키며 주먹만 쥐었다 폈다 하니 현감은 더욱 부아가 났다.

"저놈이 주먹을 쥐지 못하도록 손가락들 사이에 나무 꼬챙이를 끼워 비틀어버려라."

포졸들은 이번에도 현감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송은 손가락들이 그런 식으로 짓뭉개지자 그제서야 신음을 이빨 사이로 조금 흘렸다.

무송은 만신창이가 되어 목에 큼직한 칼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몸이 되었다. 신문을 어느 정도 받고 나서 무송은 술집 주인과 기녀들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끌려가 이외전을 죽이게 된 상황을 재연해야만 하였다. 소위 현장검증을 하면서 무송은 자신이 너무 흥분하여 사람 목숨까지 앗은 사실을 후회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검시관들이 이외전의 시신을 검시한 것을 기초로 하여 무송의 죄에 관한 신문 조서가 좀더 상세하게 작성되었다. 그런데 무송이 이외전을 죽이게 된 동기가 교묘하게 꾸며져 기록되었다. 무송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이외전을 찾아다니다가 술집에서 만나 빚을 갚으라 독촉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하고 화가 난 나머지 이외전을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검시 기록에는 이외전의 목뼈와 왼쪽 갈비뼈가 부러져 있고 얼굴, 심장, 콩팥 들이 심하게 다쳐 벌겋고 퍼런 멍들이 들었고 고환들은 으깨졌다고 적혀 있었다.

청하현 관리들은 신문 조서와 함께 무송을 동평부로 압송하여 재판을 받도록 하였다. 동평부 부윤은 하남 출신으로서 성이 진(陳)씨요 이름이 문소(文昭)였다. 진문소는 그 당시 관리들 중에서 청렴결백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청하현에서 살인사건 신문 조서가 올라왔다는 보고를 받고 진문소는 곧바로 황당(黃堂:부윤이 집무를 보는 곳)으로 등청하여 사건을 심리하였다.

진문소는 우선 신문 조서를 꼼꼼이 읽어보았다.

'동평부 청하현 살인사건에 관한 건.

범인 성명:무송. 나이:스물 여덟. 본적:양곡현. 전직:청하현 포도대장.

사건개요:범인 무송이 공무로 출장을 갔다가 돌아와서 형이 죽은 것을 알고 제사를 지낸 후 형수 반씨가 탈상 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고 재혼을 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더 자세한 소식을 알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다가 우연히 왕란의 술집에 들러 이외전을 만남. 이외전은 무송에게서 돈 삼백 문을 빌려간 적이 있어 무송이 이외전에게 빚을 갚으라 하였으나 이외전이 말을 듣지 않자 무송이 이외전을 구타하여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함.

증인:술집 주인 왕란과 기녀 우씨와 포씨.

체포경위:사건 직후 범인은 지방 보갑들에게 잡힘.

첨부:검시 보고서

의견:무송이 사람을 때려 죽인 것이 여러 증거로 명백한 사실이므로 수족을 자르고 재산을 몰수한 후에 교수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려됨. 술집 주인 왕란과 기녀 우씨와 포씨는 살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증인에 불과함. 부윤의 현명하신 판단과 집행을 앙망함.

정화 삼년 팔월 초여드레

서명:현감 이달천, 현승 악화안, 주부 화하록, 전사 하공기, 사리 전로'

부윤은 아무래도 신문 조서가 수상하게 여겨져 무송을 불러 직접 취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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