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은 왜 차량 공유업체에 투자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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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국내외 차량 공유업체에 잇따라 투자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의 사업지주회사인 SK㈜는 최근 글로벌 3위 차량 공유업체 그랩(Grab)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랩은 동남아판 우버(Uber)로 불리는 업체다. SK㈜는 올 초 국내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에 투자해 말레이시아 진출을 도왔고, 지난해에는 미국 차량 공유 업체인 ‘투로(TURO)’에 지분 투자를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회에서 '딥 체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회에서 '딥 체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모빌리티는 사회적 가치 구현에 최적의 분야

업계에서는 이같은 투자가 최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딥 체인지는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의미다. 최 회장은 올 초 신년사는 물론 내외부에서 강연할 때마다 이를 강조해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딥 체인지는 기업이 가진 자산을 외부와 공유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공유 인프라'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데 이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영역이 '모빌리티(이동수단)'의 공유"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는 얘기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는 SK의 사업영역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차량 이용 방식의 변화는 단순히 차량 공유뿐 아니라 자율주행, 주차장, 주유소의 활용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데 SK 그룹 내에는 이와 관련된 업종이 많다.

자율주행·주유소 등 모빌리티와 연관된 사업 많아

우선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SK텔레콤이 별도의 조직을 두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SK 관계자는 "자율주행 차의 핵심 기술도 결과적으로 차량과 차량 간, 차량과 신호체계 간 통신의 문제"라며 "SK텔레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SK의 대표적인 B2C(기업과 소비자연결) 사업인 주유소도 모빌리티에 변화가 오면 활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 연료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공유 대상 차량을 픽업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SK에너지는 전국 3600여개 주유소를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를 해주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바꿔 나가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SK에너지는 최근 CJ대한통운과 협약을 맺고 전국 주유소를 택배 집하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는 성공모델이 나오고 나면 SK그룹의 비즈니스 전반에 이같은 성공 방식이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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