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조은령 감독 추모영화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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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각 일간지 부고란에는 한 여성 영화감독의 사망을 알리는 짤막한 기사가 실렸다.

이름 조은령(사진). 서른한살 젊은 나이의 그가 사망한 이유는 다소 어이없게도 자신의 집에서 당한 뇌진탕 때문이었다. 그의 짧은 삶을 아쉬워하는 송일곤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추모위원회를 결성해 18~20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고 정은령 감독 추모 영화제 프런티어'를 연다.

고등학생 때 단신으로 훌쩍 미국으로 떠나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한 조은령 감독은 단편 영화계의 기대주였다.

1996년 '가난한 사람들'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97년 발표한 단편 '스케이트'로 국내 최초로 칸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스케이트'는 단편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2000년 작 '생(生)'은 독일 드레스덴 영화제에서 2등상을 거머쥐었다.

추모 영화제의 제목인 '프런티어'는 고인의 미완성 유작이다. '프런티어'는 통일을 꿈꾸는 일본 거주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추모 영화제에서는 조감독이 남긴 세 작품이 상영되고 남편이자 촬영감독 김명준씨가 만든 추모 영상물 '하나를 위하여'가 소개된다. 또 20일 오후 7시에는 추모식이 열린다.

추모사업회 측은 "단편 영화와 독립 영화, 예술 영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고인을 다시 조명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밝혔다. 입장료 무료. www.echofilm.com 에서 예약할 수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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