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세탁기에 돌린 '잔혹한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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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뜨거운 사우나 실에 감금한 '잔혹한 고교생'이 붙잡혔다.

전북 정읍경찰서는 7일 동료 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J고교 2년 김모(17)군을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은 지난 6월1일 정읍시 시기동 자신의 집으로 같은 학교 친구인 박모군을 불러 "어떻게 되는지 보자"며 세탁기에 들어가게 한 뒤 탈수버튼을 눌러 2분 동안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은 이 과정에서 1분동안은 머리부터 들어가게 한 뒤 세탁통을 돌리는 엽기적 행각까지 벌였다. 박군은 발목 등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손으로 머리를 감싸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김군은 또 지난 6월13일에는 박군을 조퇴 시킨뒤 S목욕탕으로 끌고 가 고온의 사우나실에 넣고 팔굽혀 펴기 등을 강요하며 20여분간 감금했다. 이어서 수건으로 손발을 묶은 채 냉탕에 거꾸로 머리를 처박는 고문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목욕탕은 변두리에 위치한데다 당시 농번기라 다른 이용자가 없는 상태였다.

친구에 대한 학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군은 목욕을 마친뒤 휴게실로 데려가 1회용 철사 옷걸이로 박군의 등과 팔.다리 등을 1백여대를 때렸다.

김군은 1학년때 같은 반이던 박군을 발로 차거나 겁을 줘도 반항하지 않고 말을 잘 들어 1년반동안 이같은 괴롭혔으며, 박군 외 다른 친구들도 손가락을 컴파스에 끼우고 나사를 조이는 등 폭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군은 "친구들을 때리거나 위협하면 무슨일이든 요구하는 대로 해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박군 등으로부터 그동안 7차례에 걸쳐 29만여원을 빼앗아 PC방을 가거나 군것질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찰거머리 같은 친구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박군은 2학이 되면서 김군(문과)을 피해 이과를 택했으며,결국 지난 8월에는 학교를 자퇴했다.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노무자)와 함께 생활해 온 박군은 "알리면 죽이겠다"는 위협에 그동안 이같은 사실을 숨겨왔다. 그러나 6월 중순쯤 옷을 갈아입다 매 맞은 상처가 아버지에게 발견되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학교 관계자는 "김군이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 폭력에 개입한 적이 없고 설문조사 등서도 관련된 것이 없어 이같은 일이 있는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정읍=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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