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우라늄을 확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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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 한때 파운드(약 435g)당 7달러(약 7000원)까지 떨어졌던 우라늄은 현재 40달러를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석유에 비해 여전히 값싸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라늄의 국제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방사선 누출 위험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거나 기존 시설을 점진적으로 폐쇄할 계획을 세웠던 유럽 국가들도 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아 원전 정책 수정을 검토 중이다.

◆ 중국, 호주와 협정 체결=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3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양국 간 우라늄 공급 협상을 타결했다고 CNN이 전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이날 '우라늄 공급 안전 협정'에 서명했다. 세계 최대 매장국인 호주가 공급하게 될 우라늄을 전력생산과 같은 평화적 목적에만 쓰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는 조건이다. 이 협정 체결로 중국은 앞으로 호주 우라늄 광산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현재 호주는 정책적으로 우라늄 광산을 세 곳만 제한 운영하고 있어 당장 중국에 우라늄을 수출할 형편은 아니다. 2010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든든한 미래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한 셈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현재 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20년 안에 40~50개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다.

특히 이라크전에 적극 참여한 호주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여서 중국으로서는 이번 협정 체결이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원자바오는 디 오스트레일리안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인 국가가 중국의 친구도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호주는 바로 그런 국가"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적극 견제하고 있는 미국은 호주 정부의 결정에 비판적이다. 우라늄은 원전 연료뿐 아니라 핵무기 제조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앞서 호주는 우라늄을 공급해 달라는 인도의 요청에 난색을 나타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 핀란드도 주목=지하자원이 풍부한 핀란드에 우라늄도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돼 전 세계 주요 광업회사가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의 벨브더 리소시스와 프랑스의 코게마 등 전 세계 5개 광업회사는 최근 우라늄 값이 급등하자 우라늄 채산성 조사를 허용해줄 것을 핀란드 정부에 요청했다고 2일 AFP 통신이 전했다. 주요 광업회사는 지난해 핀란드에 모두 3500만 유로(약 420억원)를 투자했다.

◆ 환경오염 반발=호주와 핀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우라늄 채굴 확대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한 주민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시간 떨어진 아스콜라 지방 주민들은 프랑스 코게마의 우라늄 개발계획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코게마는 아스콜라와 라플란드 카렐리아 지역 등에서 우라늄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에 비교적 덜 민감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호주와 캐나다를 제치고 우라늄 최대 공급국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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