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녹취록] 채동욱 수사기획관 문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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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3일 상기된 표정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는 전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출국과 관련, "기업활동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를 고려해 수사해 왔지만 그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현대차 수사에서 '별건'(별도의 사건)의 단서를 포착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현대차의 비자금 관련 부분을 수사했다.'별건'으로 포착된 단서가 있으면 그 부분도 살펴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검찰은 그동안 현대차의 비자금 관련 부분이 수사 대상이라고 한정했음. 하지만 더 이상 비자금에 국한시키지 않겠다는 뜻임. 정몽구 회장의 출국에 대해 검찰은 현대차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됨.)

-현대차의 후계 구도 문제를 수사한다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뭐라 말씀드릴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으니 그 분야는 스피드업될(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수사기획관은 비자금 조성이나 로비 등 비자금 용처와 관련된 수사가 아닌 다른 분야의 수사라고 강조함.)

-현대차 관련 3개 회사가 모두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연관되고, 계열사 분리 중 인수합병 부분에 관해 의혹이 많이 제기됐는데.

"관련 의혹 부분들을 살펴보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정 사장은 글로비스 지분의 31.9%를 소유하고 있음. 2001년 분사 이후 현대차 관련 물류를 독점하면서 성장했음. 현대오토넷은 글로비스.현대차.기아차가 지분의 32% 이상을 소유하고 있음.)

-'별건'으로 수사하는 분야에 대한 자료는 압수수색에서 나온 것인가.

"그럴 수 있다. 제보는 아니고 최근에 입수한 것이다."(※검찰은 3개사 압수 자료 중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자료를 분석해 왔음. 두 곳의 자료 분석에서 수사 단서가 나왔다는 것임. 현대오토넷 자료는 3일부터 분석에 착수함.)

-정몽구 회장이 1주일 지나도 귀국하지 않으면.

"검찰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배려는 하고 있다. 다만 그 부분이 수사에 장애를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수사에 장애가 초래된다면 제반조치를 취하겠다. 아직까지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수사기획관의 이런 오전 발언은 오후에 '수사 기조 변화'라는 말로 바뀜.)

-정 회장은 그룹의 총책임자인데 출국하면서 (검찰과) 논의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우리 쪽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일부 언론에서 출금하지 않아 방조했다는데 출국을 방조하려고 수사하는 게 아니다. 방조하려면 뭐하러 수사하나."(※수사기획관은 "아직은 도피성 출국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임.)

-분식회계까지 수사하나.

"그건 아니다."(※현대차그룹의 회계 문제 등 전면적인 수사가 아니라는 뜻임.)

-정의선 기아차 사장 출국금지는 검토하나.

"확인해 줄 수 없다."(※출국금지 검토 대상이라는 뉘앙스임.)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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