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파란 눈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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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구도를 보면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우호지분은 29.8%다. 여기에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사주 12.3%가 더 있다. 쉰들러와의 지분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쉰들러 측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 사정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 쉰들러는 이번 지분매입이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쉰들러 측은 "이사.감사 선임과 정관 변경, 배당 등 회사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쉰들러가 세계적 명성과는 달리 국내 점유율이 3~4%밖에 안 되자 20%대 점유율을 지닌 현대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쉰들러 측이 아직은 아무런 입장을 표시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쉰들러는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다. 2003년 1월 국내 4위 업체인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해 쉰들러중앙엘리베이터를 설립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 외국계가 국내 시장 장악=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세계 엘리베이터 업체들의 각축장이다. 시장 규모는 연간 2조원(유지.보수 공사 포함)에 달해 세계 5대 업체가 모두 국내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최대 업체 미국 오티스는 1999년 12월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 부문을 사들여 '오티스LG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엔 LG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9.9%마저 인수해 회사명도 오티스엘리베이터로 바꿨다. 이 회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0%대에 달한다.

쉰들러에 이어 세계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티센크루프도 각각 2001년, 2003년 국내 거점을 구축했다. 미쓰비시는 한국 영업법인을 세워 진출했고 티센크루프는 국내 3위업체였던 동양에레베이터와 손잡아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 티센동양은 동양의 영업망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렸다.

현재 현대와 2위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이다. 미쓰비시 점유율은 5% 정도다. 이 밖에 세계 5위로 꼽히는 핀란드 코네는 2004년 6월 중소업체와 지분제휴를 했다가 지분을 100% 확보해 회사명도 코네엘리베이터코리아로 바꿨다. 이들 외국계 업체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 왜 진출하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엘리베이터 설치 물량은 연간 2만5000대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일본.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되는 시장 규모다. 미국이나 유럽은 건물 신축 물량 감소로 엘리베이터 신규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국내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에 팔을 걷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업체들은 90년대 초.중반 독자적으로 진출했다가 고전했다. 그래서 외환위기 직후부터 국내 업체와 합작사를 세우거나 국내 업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국내 진출 전략을 바꿨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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