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삼청교육대소재 드라마 제작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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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0년 계엄 치하의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례인 삼청교육대를 소재로한 TV드라마가 대본심의 통과까지 됐으나 제작이 중단된 사실이 21일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가 된 드라마의 가제는『석방』으로 KBS제1TV가 매주 토요일 밤에 방영하는 논픽션드라마시리즈중의 하나로 기획된 것.
이 드라마의 극본을 집필한 최경식씨에 따르면 5월중순에 삼청교육대의 현장을 고발한다는 주제아래 극본을 완성하고 6월1일 KBS 심의실에서 대본이 통과됐으며 6월 4, 5일 연습까지 마쳤는데 8일 갑자기『작품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드라마 제작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최씨는 또 KBS의 대본심의 과정에서『80년 계엄치하의 삼청교육대 실상을 실감나게 그렸으나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줄 소지가 있는 장면이 많다』는 결론과 함께 방영해도 좋다는 판정이 났으나 제작과정에서 방송사의 고위간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드라마『석방』의 내용은 한 방송작가가 여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집필하다가 계엄사에 끌려가 곤욕을 치른뒤 삼청교육대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등 고통을 겪는다는 것.
이 드라마를 집필한 최씨는 이어『작품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송사의 판정은 애매모호한 것이며 동시에 작가를 모독한 경우이므로 공개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드라마의 기본조건을 갖추지 못한 극본이므로 제작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제작을 중단 시켰다』며『삼청교육대에 가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만 갖고 드라마가 성립될수 있는 것이 아디지 않느냐』고 작가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일부 방송작가들은 이번 사태가『드라마 소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경우』라며『방송사가 아직도 현실고발을 담은 드라마 제작을 꺼리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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