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학생측 주장 평행선|동국대사태 장기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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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본관건물에서 농성하는 바람에 학사운영이 마비상태에 빠진 동국대의 학내 사태가 4주째 접어들고 있으나 학교측과 학생측의 입장이 엇갈려 수습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채 장기화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지난달26일 50여명이▲교수·학생·학교당국 3자가 「3자연석회의」를 구성, 공동으로 의결권을 가질것▲예산·장학금내용공개▲어용·족벌교수퇴진등을 요구하며 본관4층 교수세미나실에서 농성을 계속해오다 6월8일에는 본관건물 전체를 점거했다.
이바람에 13일로 예정됐던 기말고사가 무기연기됐으며 20일로 예정됐던 문무대입소교육도 2학기로 연기됐다.
학교측은 17일 4개처·실장을 새로 임명하고 보직교수들을 포함, 25명의교수로 「수습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생들과 협상을 벌이고있으나 3자연석회의등은 현행교육체제에서는 학교의 재량권을 넘어서는 문제여서 사태해결이 어려운 상태다.
◇농성=학생들은 지난2월부터 경상대학생을 중심으로 장학금내용공개를 요구하며 산발적인 시위를 벌여오다 5월9일 1차 처·실장간담회에서 60여개항을 학교측에 요구해 이후 10여차례 학교측과 협상을 진행했다.
학교측은 6월4일 4차간담회에서 학생들의 권익·복지부문에 대한 30개항을 받아들였으나 학생들은 나머지 30개항에 대한 협상을 보류하고 다시 8개항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학교측이 이 요구에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학생들은 8일 본관건물전체를 점거했다.
14일 교수회의 (학생들은 교수-교직원회의라고주장)에서▲연석회의 대신자문위원회설치▲장학금내용은 공개하되 일반회계감사규정에 따른다는 원칙을 발표했으나 학생들은 이를 거부하고 학교집기를 불태우기도했다.
◇학생측 주장=학생들은 3자연석회의를 학생·교수·학교대표 3명씩 모두 9명으로 구성하고 이 기구에서 예산·학사일정·교직원징계등 학사운영전반에 대해 심의·집행권을 갖도록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또 현재의 교과과정이 교수의 전공과목 중심으로 짜여져 인맥과 파벌이 조성되기 때문에 학생이 참여하는 교과과정개편위를 설치하고 이를 학칙에 명시할것과 87년도의 예산·장학금내용공개, 학원사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생처장·부처장퇴진, 김모 교수퇴진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입장=학교측은 학사운영·인사권은 학교고유의 권한이고 학생들이 의결권을 가질경우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져야하나 학생회간부는 1년만에 졸업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수 없어 의결권은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측은 그러나 현재학칙상 총장자문기구로 돼있는 교수회의를 의결기구로 바꾸고 단과대학장을 단과대교수가 선출할수 있도록 하는등 단과대에 행정권한을 이양·분산시키는 대안을 제시하고있다.
학교측은 교과과정개편위설치문제는 난점이 있으나 사태수습을 위해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예산공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나 학생들이 감사권을 갖는 문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학교측은 또 문제가 된 김모교수는 보직에서 해임시켰으며 학원사찰말썽과 관련, 학생부처장을 대기발령하는등 「성의」를 보이고 있으나 학생들의 요구와는 여전히 거리가 크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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