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계의 예수 그리스도" "중국선 아이 삶아 비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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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9, 10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거칠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나라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 일간 디벨트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2월 초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우파 지지자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인내심이 많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온 나는 정계의 예수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인 이탈리아에선 큰 파문이 일어났다. 좌파 의원인 주세페 줄리에티는 "하느님은 그런 발언을 좋아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빈정댔으며, 심지어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동반자인 피에르 페르디난도 카시니 국회의장도 "바보 같은 발언"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을 나폴레옹에 비유했다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지난달 12일에는 국영 RAI TV의 30분짜리 생방송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진행자 루치아 아눈치아타의 공격적인 질문을 받고 말다툼을 벌인 끝에 "당신은 편견을 가진 좌파의 한 사람"이라고 고함을 지른 뒤 바로 퇴장해 버렸다. 방송사에 '무례한 사람'이라는 비난 전화가 빗발쳤다.

앞서 1월 중순 당원집회에선 사회자가 보수적 가족관과 동성 결혼 반대 정책을 칭송하자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다음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중지의 머리기사를 장식했으며 권위지들은 그를 '품위 없는 총리'라고 비난했다.

그의 험한 말은 급기야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불렀다. 지난달 27일 "중국 공산주의자들은 마오쩌둥 집권 시절 아기들을 삶아 밭의 비료로 썼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로마 주재 중국대사가 이 발언에 곧바로 항의했으며 다음날엔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까지 나서 "이탈리아 정부수반은 중국과 이탈리아 우호관계의 발전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중국은 올해를 '이탈리아의 해'로 정하고 각종 친선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베를루스코니가 좌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욕되게 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츠차이퉁 등 독일 언론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야당보다 떨어지자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충격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현재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의 지지율은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에 3.5~5%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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