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발언, 검찰 간섭 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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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권이 깨끗하면 된다."

현직 고검장이 최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전남 광양지역 순시 때 언급한 '검찰권 견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5일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범관(李範觀) 광주고검장은 최근 '검찰 중립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란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李고검장은 여기에서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무엇을 뜻하는 지 알 수 없다"며 "지금의 검찰에 문제가 있어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그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은 30여년 공직생활을 한 나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李고검장은 "부패와 비리가 있는 곳이면 지위고하.여야를 불문하고 수사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닌 바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의 당연한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이러한 시각은 '검찰걱정'이라기보다 '검찰간섭'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李고검장은 덧붙였다.

그는 또 "전국 검사 업무량의 0.1%도 안 되는 정치적 쟁점사건으로 인해 검찰은 그동안 많은 곤혹을 겪었다"며 "검찰의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정권에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李고검장은 "이제 검찰의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의연하게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시 14회 출신인 李고검장은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서울지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차관급인 광주고검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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