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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공습, 정책 역수출로 해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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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26일 서울 등 수도권에는 올해 들어 네 번째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됐다. 미세먼지는 지난 주말부터 기승을 부렸고, 휴일이던 25일 서울에서는 초미세먼지(PM2.5)의 하루 평균 농도가 ㎥당 99㎍(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았다. 2015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하루 평균으로는 가장 높았다. 같은 날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도 121㎍/㎥를 기록했다. 미세먼지는 입자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먼지는 입자 지름이 2.5㎛ 이하인 것을 말한다. 당연히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일부다. 25일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의 82%가 초미세먼지였다.

잠시 시계를 2003년 12월 24일로 돌려보자. 그날 오후 1시 서울에서는 황사가 없었는데도 미세먼지 농도는 333㎍/㎥나 됐다. 당시 인체에 훨씬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는 환경 기준조차 없었고 측정도 하지 않았다.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의 절반이라고 가정해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167㎍/㎥이나 되는 셈이다. 미세먼지의 24시간 기준치도 150㎍/㎥로 지금의 100㎍/㎥보다 느슨했다. 이 같은 2003년의 환경기준을 지난 25일 미세먼지 오염 상황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초미세먼지는커녕 미세먼지도 기준치 이내가 된다. 25일 같은 오염이 2003년에 발생했다면 아무런 주목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에코사이언스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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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27일부터 초미세먼지 24시간 기준이 50㎍/㎥에서 35㎍/㎥로 강화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동일한 기준이다. 새로운 환경기준 항목을 도입하고, 환경 기준치를 강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오염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지자체·기업이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환경정책을 가다듬고,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다.

오늘도 중국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 한반도로 날아오고 있다. 장벽을 쌓을 수도 없지만 우리가 더 나은 정책·기술을 확보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중국 오염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에서 배운 것처럼 환경에 눈 뜨기 시작한 그들이 우리의 성공 사례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