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복귀 결정 및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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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의 16일간에 걸친 운송거부 사태가 결국 자진 업무복귀 결정으로 일단락됐다.화물연대는 마지막까지 운송 복귀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을 거듭했으나 정부의 원칙적인 대응과 명분없는 운송거부에 대한 싸늘한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운송거부 사태로 운송시장의 후진성이 다시 한번 드러나면서 물류시스템 개선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복귀 결정 배경=화물연대는 5일 업무복귀 결정을 내리기까지 지도부와 회원들간의 의견이 달라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지도부는 지난 3일 컨테이너 위수탁지부의 전격적인 업무복귀 선언 이후 더 이상의 운송거부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전국 총회를 소집한 것도 운송거부를 철회하기 위한 명분을 모색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화물연대 관계자는 "주력부대를 잃었는데 잔류세력만으로 전투를 계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회 결과는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추석 전까지는 운송거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일부 지부에서는 지도부의 업무복귀 결정 움직임에 조직적인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이는 현재까지 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회원들은 대부분이 일반화물 차주들이어서 복귀한다해도 해지된 위수탁계약 복원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일반화물차량은 현재 운송시장에서 물동량에 비해 완전 포화상태여서 복귀한다해도 위수탁계약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실직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그러나 지도부는 물류대란으로 빚어진 국가경제의 피해와 이에따라 높아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선복귀 후협상'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급 불균형 개선돼야=화물연대의 업무복귀 결정에도 이번 운송거부 사태를 불러온 원인들은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이번 사태는 운송료 인상 협상에서 비롯됐지만 그 밑바닥엔 운송시장의 수급불균형이 깔려있다.

현재 국내 운송시장 규모는 한 해 11조원에 달하지만 최근 5년간 물동량에 비해 영업용 화물차가 과도하게 증가했다.이는 2000년 자동차사업자 등록 기준을 25대에서 5대 이상으로 낮추면서 화물차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단 시장에 진입한 화물차주 입장에서는 트레일러의 경우 차량 가격만 8천만 ̄1억2천만원에 이르기때문에 한 두 해 수익이 나빠도 운송업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운송시장의 수급불균형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화물연대의 운송료 인상 요구를 둘러싼 분쟁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더구나 화물연대와 정부간의 관계는 이번 사태로 더욱 악화됐다.정부가 지난 5월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경유세 보조급 지급방침을 이번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화물연대는 업무복귀 후 이에 대한 철회를 요구할 태세여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 업계와의 운송료 협상도 난항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화물연대는 일단 이번 사태를 불러온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컨테이너.일반화물 차량의 운송료 협상 일괄타결 원칙 포기를 선언했다.그러나 BCT업계의 경우 화물연대와 표준 요율표 작성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고,컨테이너나 일반화물 운송업계는 일괄적으로 해지한 위수탁계약을 선별적으로 복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소외된 차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장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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