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에 정신팔린 상위배분-김진국<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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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간에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격심한 진통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각 정당은 또 내부적으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암투가 치열하다.
여야는 개원전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며 정부기구 축소라는 선거공약 정신과는 배치되는 상임위수 늘리는데는 짝자꿍했다.
국정을 심도있게 논의하려면 상임위 증설은 불가피하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사정을 알고보면 상임위 증설만큼 장관급 위원장자리가 더 생겨 그 몫을 각 당이 나누어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는 16개 상임위원장을 각 당이 어떻게 나누어 가지느냐는 문제에 이르러 서로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를 갖겠다고 다투는데만 급급해 국회원구성도 못하는 한심한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민정·평민당측이 농수산위원장자리하나 때문에 국회운영을 공전에 빠뜨려도 좋을만큼 그 위원장을 차지하지 못하면 농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없고(민정)정책정당이 될 수 없다(평민)는 것인지 묻고싶다.
양당간의 조정이 쉽게 결말날것 같지 않자 민주당은 15일 또 그동안 내막적으로 합의했던 상임위원장 배분을 백지화하고 새로 협상하자고 느닷없는 제안을 하고나와 어리벙벙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정당간의 치졸한 쟁투와 성격이 비슷한 이해다툼이 또 각당 내부에서 총무와 의원들 사이에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14일 상임위 배정을 끝낸 공화당의 경우 『재무위에 배정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조부영 의원)는 공인답지않은 협박을 했는가하면, 건설회사 소유자가 건설위에 기어이 들어갔고, 핵심당직자도 인기상위를 고집해 다들 성공했다고 한다. 타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각 정당과 의원들의 행태를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볼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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