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대나무숲 “익명의 ‘미투’ 제보 필터링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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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대나무숲 페이지가 더 이상 미투(Me Too) 운동 관련 익명의 제보를 올리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되자 페이지 관리자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입장을 밝혔다.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앞서 지난 18일 한양대 대나무숲 지기(관리자)는 공식 SNS를 통해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2가지 원칙을 밝혔다.

“첫째 대나무숲의 특성상 사실 확인이 어렵고, 둘째 원칙적으로 특정 개인을 저격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제보는 지양하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는 익명의 미투 관련 제보는 업로드하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많은 사람이 반발하자 “사실이 아닌 제보를 올렸을 때는 비록 그 게시글을 대나무숲 지기들이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했고, 어떤 지기는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개인 휴대전화로 협박은 물론 욕까지 들었다”고 썼다.

또 “심지어 몇몇 제보는 허위제보가 아니었는데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와 협박을 당했다”며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도 존재하기에 충분히 다른 곳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돼 제보를 더는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제보를 단순히 저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필터링하지 않는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최대한 모든 제보를 올리고 있다” 며 “‘익명의 제보는 무조건 필터링한다더라’ 하는 식의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개인적으로 미투를 지지하는 것과, 그것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고소와 협박 등 개인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리자들의 고충에 동의 했다. 반면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많은 고소나 사건이 있었는데도 왜 하필이면 미투 운동을 안 올리겠다고 한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최근 한양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미투 제보 글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허위사실 유포죄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혀온 데 따라 운영진이 해당 글을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익명의 제보 글을 전달받아 올리는 것만으로 게시판 관리자를 명예훼손죄 또는 방조죄로 처벌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고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함께 범행을 저지르면 공범, 범행을 저지를 수 있게 도와주면 방조범인데, 미투 제보 글을 대신 올린 대나무숲 관리자는 공범, 방조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은 

이름은 대나무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비밀을 외치던 궁정 이발사의 설화에서 따왔다. 지난 2013년 페이스북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이 처음 개설됐다. 이후 연세대,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지가 만들어지면서 대부분의 대학들로 퍼져나갔다. 교내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가 학교 메일 계정을 통해 인증해야 하는 등 가입 절차가 폐쇄적인 데 반해 간편한 페이스북을 통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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