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불참 직원 대상 회사 이메일을 무단 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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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MBC 최승호 사장 [사진 MBC]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MBC 최승호 사장 [사진 MBC]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 감사국이 지난해 노조 파업에 불참한 일부 직원의 이메일을 사전 동의 없이 들여다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전날 감사를 받았다는 MBC 기자 A씨는 감사국 직원이 수년 전 자신의 이메일 기록과 내용을 보여주며 '2014년 3월 이른바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자료를 메일로 받지 않았느냐' '작년에 이 메일을 삭제한 이유는 뭐냐'는 등의 추궁을 했다.

MBC 감사국이 조사하고 있는 '블랙리스트'란, 김장겸 전 사장이 2013년 7월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 MBC 카메라 기자들의 정치 성향과 노조와의 관계, 회사 충성도 등을 분석해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문건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MBC는 지난해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뒤 감사국에 이른바 '적폐 청산'을 위한 정상화위원회를 신설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이뤄진 업무 수행상의 문제점 등을 조사해오고 있다.

A씨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런 메일을 주고받은 것조차 기억이 안 난다”며 “회사가 직원의 동의 없이 이미 삭제한 메일까지 복원해 들춰내도 되느냐”고 말했다. A씨는사측이 메일 로그인 기록까지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우파 성향 기자들이 모여 있는 MBC 노동조합(제3노조) 소속으로 지난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3노조 측은 현재까지 확인된 이메일 사찰 관련 직원만 모두 6명이라고 밝혔다.

MBC 제3노조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MBC가 특별감사를 빌미로 파업에 불참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와 공정 방송을 외쳐온 최승호 사장 산하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경악스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지난 경영진 재임 동안 'MBC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 등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불법행위들에 대해 MBC 감사국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직원들의 이메일 등을) 감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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