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양] '나 혼자 간 미국 고등학교 유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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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간 미국 고등학교 유학기/허창희 지음, 황금가지, 1만원

이 책은 언뜻 보면 말도 많은 조기 유학의 대표적 성공 사례담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곰곰히 보면 그 이상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고발서로도 읽힌다. 미국 최고 수준의 명문 사립고를 3년간 다닌 체험을 시간순으로 생생하게 서술하는 과정을 통해 조기 유학의 허상과 환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저자 허창희씨는 한국에서 고교 2년을 중퇴하고 홀로 미국에 건너가 밀턴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올 가을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할 예비 대학생이다. 책을 읽다 보면 미국을 지탱해주는 근원적 힘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교육의 시스템이자 교육 담당자의 능력과 헌신성이다. 궁극적으로 사회의 리더를 길러내는 저력이다.

저자가 수많은 고전을 강독하고 토론하며 또 미식축구에서 재즈까지 체계적인 예능교육을 받으며 "같은 하늘 아래의 고등학교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대목은 양념에 불과하다. 정작 깨우침은 밀턴의 교훈 그 자체였다. 밀턴 아카데미의 교훈은 'Dare to be True!'다. 직역하면 '감히 진실해지자!'는 뜻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숙제라면 아무 생각없이 베끼는 것을 모범생조차 다반사로 여겼는데 밀턴은 달랐다. 어떻게든 본인의 힘, 본인의 생각으로 매듭을 지어야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것이 창조의 힘과 욕구를 발견하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밀턴은 조그만 표절과 거짓도 허용치 않는 정직성의 수련이야말로 모든 창의력의 원천이며, 자신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근본 동력임을 알게 하였던 것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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