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K교수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온 가운데 학생들이 21일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벌을 요구했다. K교수는 수업을 20일부터 휴강한 상태로 학교 측은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대체 강사를 투입해 수업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19일 오후 페이스북 페이지 ‘미술대학 내 교수 성폭력 대나무숲’에는 한 게시자가 이화여대 대학원 재학 시절 학과 MT에서 K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K교수가 제 옆에 앉아 제 종아리를 주물럭거리며 만졌다”며 “제 귀에 자신의 코와 입술이 닿게 입김을 불어 넣으며 제 (미술)작업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K교수는 유명 작가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술자리에 학생들을 부르기도 했다. 글쓴이는 “(교수의 지인인) 배 작가는 함께 있었던 제 선배의 온몸을 다 만졌다”며 “K교수가 '너희도 배 선생님께 허벅지 좀 내어드려야 인생의 의미를 알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21일 이화여대 정문앞 기자회견 #조형예술대학 학생들 미투 합류 #"예술계 특성상 교수가 심사위원이자 선배" #졸업생 29명 실명 성명서 발표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학생들은 “좁은 예술계 특성상 학생들은 오랜 기간 교수이자 심사위원, 선배인 이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학교 당국에 ▲K교수 성폭력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 결과에 상응하는 엄격한 처벌 ▲2차가해로부터의 보호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1차 성명에는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졸업생 29명이 이름을 올렸다. 작성자들은 실명과 학번도 함께 공개했다.
K교수는 지난 8일 본인의 SNS 계정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한 매체의 기사의 링크를 게시해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기사는 세계적인 통계석학인 한스로슬링 카롤린스카의학원 교수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페미니즘을 통한 양성평등을 이뤄야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21일 “성희롱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교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학생들의 폭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경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또 피해 학생들에게 심리 상담과 법적 자문 등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