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누구의 착각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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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9보(117~132)=바둑은 종반을 향해서 가고 있다.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별 탈 없이 순탄하게 마무리된다면 안국현 8단이 우세할 것이라는 의견이 검토실의 주를 이뤘다. 수가 진행될수록 백집이 불어날 자리가 더 많은 바둑이기 때문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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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찜찜한 것이, 탕웨이싱 9단의 손이 너무 쉽게 나온다는 점이다. 분명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흑이 깐깐하게 버텨야 하는 바둑이다. 그런데 탕웨이싱 9단이 돌을 놓는 자세는 거리낄 것이 없다. 주특기인 버티기를 보여줄 기색도 없고, 자신의 승리로 바둑이 다 끝났다는 분위기로 빠르게 착수하고 있다.

탕웨이싱 9단의 끝내기를 살펴보면, 125로 상변을 한 번 밀고, 127로 좌변을 한 번 밀고, 131로 상변을 다시 한번 밀어두는 식이다. 별다른 고민의 흔적이 없고, 어떻게든 바둑을 비틀어보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혹시 관전자는 모르고, 대국자만 아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한 탕웨이싱 9단의 판단 착오일까.

참고도

참고도

한편 하변을 지킬 때는, 실전처럼 117로 한 걸음 물러서 두는 게 정수다. '참고도'의 흑1로 바로 젖히고 싶지만, 그렇게 두면 백2로 붙이는 절묘한 수가 있다. 한두 집 욕심내다가 하변이 통째로 뚫리는 대형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 끝내기에선 이러한 사소한 틈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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