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인 조승우, 양아치 황정민 … 지하철 1호선 탔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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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떨이 떨이, 단돈 1000원…."

톱스타 조승우가 잡상인으로 등장했다. 랩도 한다. 영화 배우 황정민은 영락없는 '양아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김민기 연출) 3000회 기념 공연 풍경이다.

28일 서울 대학로 학전 그린 소극장은 향수와 짜릿함이 한데 뒤섞인 추억의 자리였다. 무려 3000여명의 신청자 중 당첨자 65명에 드는 행운으로 객석을 차지한 관객들은 들떠 있었다. "무대 바닥 임시 좌석이 더 좋다. 언제 이렇게 가까이서 스타를 보겠는가"란 반응이었다.

이날 공연은 역대 출연진 20여명이 느닷없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재미로 쏠쏠했다. 특히 1막 중반 조승우가 바바리 코트와 중절모를 쓴 채 등장하는 순간 객석은 한껏 달아올랐다. 007 가방을 열어 고무장갑을 팔았고, 모자를 벗어 대머리 신사로 툭 변신했다. 어쭙지 않은 춤도 추었다. 평상시 비장미는 온데 간데 없이 마음껏 망가지자 팬들도 마냥 즐거워했다.

뒤이어 몸에 짝 붙는 쫄티을 입고 황정민이 성금성금 무대로 나오는 순간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하나만 더 그으면 Z가 완성되는 겨"라며 윗도리를 올리고 배를 쑥 내밀기도 했다. 2막 첫 장면에 '큰형님'격인 장현성이 노래를 부르자 황정민-조승우 듀오는 백댄서로 기습 출연하는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조승우는 지난 주말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을 막 마치고 돌아온 터라 몸이 안 좋았다. 성대가 상해 병원을 다닐 정도였다.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형님들이랑 오랜만에 같이 하고 싶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공연을 마치고 출연진들은 극장옆 대폿집에서 다음날 새벽녘까지 뒤풀이를 했다. 친정에 돌아온 듯, 이날만큼은 조승우도 스타가 아닌 그저 귀여운 막내 동생과 다름없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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