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MB 뭐라고 불렀나 보니…‘도적왕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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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에도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에 침묵을 지켰다. 대신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집중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도적왕초의 뻔뻔스러운 추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노동신문은 ‘도적왕초’뿐 아니라 ‘역도’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노동신문 3월16일자. [노동신문 캡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노동신문 3월16일자. [노동신문 캡처]

해당 기사는 “남조선 언론들은 검찰 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과 그 졸개들에 대한 조사과정을 보면 역도의 죄행과 관련한 판결은 사실상 내려진 것이나 같다고 평하고 있다”며 “보수 패거리들까지도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 창피스럽다고 외면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이와 별도로 ‘또다시 드러난 범죄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역도가 지난 2007년의 17대 대통령 선거전에 최측근 인물들로 구성된 비밀조직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불법적 정치자금을 거두어들인 사실이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벌어진 촛불집회에서 군이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는 주장을 소개하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패당은 촛불 투쟁으로 몰락한 박근혜 역도를 비호 두둔하고 있다”며 “피에 주린 극악한 파쇼 독재의 후예들”이라고 맹비난했다. 노동신문이 16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화력을 집중한 것은 이들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에 대해서는 15일에 이어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본격 제기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제국주의자들이 인권 모략 책동을 통해 지배권 확장을 노리고 있다”거나, 1868년 남연군묘 도굴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이 인권 유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논리를 폈다. 15일에 1866년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들어 “우리의 국권, 인권을 유린해온 만고의 죄악”이라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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