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흥에 취하다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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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준결승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7보(88~107)=중앙 접전에서 득을 본 탕웨이싱 9단은 의기양양하게 89로 중앙을 향해 돌격했다. 내친걸음으로 91로 뛰어 손바람을 냈는데 이건 너무 과한 수였다. 흥에 겨워 그만 멈춰야 할 때를 잊은 게 화근이다. 바둑이나 인생이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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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얌전하게 92의 자리를 늘어서 흑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정비했어야 했다. 실전에서는 91로 기분을 내는 바람에 92~96으로 뜻밖의 '패'가 생기고 말았다. 패가 생기면서 위풍당당했던 중앙 흑돌이 갑자기 뿌리가 댕강 잘려나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게 될 위기다.

패는 아쉬움이 많은 쪽이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지금 백은 잃을 게 하나도 없는 반면, 흑은 중앙 흑의 명운이 패에 달려 있다. 이 패에 관한 한 철저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흑은, 울며 겨자 먹기로 103으로 이은 다음 부랴부랴 105로 안형을 갖췄다.

참고도

참고도

뜻밖의 전개에 탕웨이싱 9단이 잠시 위축됐던 걸까. 이어 나온 107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 이상한 수였다. 지금은 안정을 찾은 중앙 흑은 제쳐 두고 '참고도' 흑1로 좌변의 백집을 지우는 게 더 시급했다. 백2로 패를 해소하고 잡으러 온다 해도, 흑3으로 전열을 갖추면 쉽게 잡힐 돌이 아니다. 탕웨이싱 9단의 잇따른 실책에 바둑이 묘하게 흘러간다. (99, 107…▲ / 102…96)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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