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장 "정부 매각 지분 다 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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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정부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국민은행 지분 전량(9.33%)을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되사주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은행은 연내에 완전 민영화된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결정만 하면 전량을 자사주 매입 형식으로 되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사주 매입을 위해 이미 약 6천억원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지분 매입에 필요한 나머지 자금은 은행 내부자금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金행장은 "정부가 지분을 완전히 털어버리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져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만큼 (매입 가격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조건을 붙이지 않고 정부를 돕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도 올 초 2만8천원선까지 폭락했던 국민은행의 주가가 4만6천원선까지 급등하면서 보유 지분 전량을 연내에 처분하기 위해 국내외 증권사를 상대로 주간사 후보를 물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은행 지분 매각 가격을 주당 5만~5만3천원선으로 잠정 결정했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세수 추이와 주가를 고려하되 지난해 책정한 주가 수준에 꼭 도달하지 않더라도 매각은 예정대로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주주 판도 변화=정부가 은행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은행의 대주주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의 1차 매각 대상은 국민은행 주식이다. 무엇보다 주가가 많이 올라 정부가 내심 바라고 있는 주당 5만원 선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민은행이 자사주로 매입하겠다고 선뜻 나서 매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민은행으로선 정부 지분을 모두 사들임으로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완전 민영화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감사원 감사 등 불필요한 업무 부담에서도 벗어나게 돼 적극적이다.

김정태 행장의 입지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정부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이 결국 경영권 안정을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도 하반기 은행가의 판도를 바꿀 이슈다. 우리은행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돼 매물로 내놓을 경우 국내외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 지분 21.66%도 앞으로 하나은행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다. 현재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기업은행도 증권거래소로 상장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 10%를 공모할 계획이다.

제일은행의 정부 지분은 경영권을 가진 뉴브리지캐피털과 협의해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적당한 후보자만 나선다면 정부나 뉴브리지나 지분을 팔지 않을 이유가 없어 역시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외국인 대주주들의 손바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이어 일본 신세이은행이 하나은행 지분 15% 인수를 위해 협상 중이고 한미은행의 2대 주주가 된 스탠더드차터드은행도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정경민.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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