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성적압박 중고생 잇단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청소년의 달」5월에 소년들은 우울하다.
시험과 석차와 주위의 과잉 기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남몰래 고민하던 중·고교생은 물론 심지어 국민학교 어린이까지 자살하는 사태가 잇달아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의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이같은 학업부진비관 10대 자살은 5월 한달 동안에만 전국에서 10여건이 발생했고, 한 교육단체의 조사로는 작년 한해 50여명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사례=30일 오후8시50분좀 서울한남대교에서 서울J고 1년 전모군(17)이 30m아래 강물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전군은 평소 성적이 반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고민해 왔었는데 이날 학교를 무단 조퇴한뒤 성적표 뒷면에 『책임감이 없어 죄송합니다』는 글을 남기고 투신했다.
18일 오후11시쯤에는 서울낙원아파트 13층에서 서울P여고 1년 김모양(16)이 투신자살했다.
김양은 국교 때부터 줄곧 전교1∼2등을 지켜왔으나 지난해 가을부터 신경쇠약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성적이 약간 떨어지자 고민해 왔다는 것이다.
또 17일 오후7시30분쯤 대구시내당4동 삼익뉴타운 4층 옥상에서 K여고 2년 박모양(17)이 집으로 부쳐질 성적표를 걱정하다가 『시험을 잘 치지 못해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하는등 5월 들어서만 성적비관 초·중·고생 자살이 10여건에 이른다.
◇동기=지난 3월24일 안동에서 음독자살한 권모군(18·고3)은 『시험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18일 전남해남에서 음독자살한 중학생도 『시험도, 학교도 싫다』는 유서를 남기는등 부모및 주위의 기대를 따르지 못하는 학업부진이 한결같은 동기였다.
◇진단=서울시교위 생활지도상담부장 김수형씨는 『상담자의 절반정도가 「학습 부적응」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나타나듯 입시와 점수위주의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주고있다』고 말하고 『인성교육이 제대로 안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희박해진 것도 큰 요인이며 특히 계절적으로도 5∼6월은 새 학기가 시작돼 새 각오로 공부하던 학생들이 기대한 만큼 성적이 향상되지 않아 공부를 포기하거나 생활이 흐트러져 자살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