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로 번진 김재록씨 로비 의혹 - 압수수색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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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양재동의 현대차 본사 분위기는 침울했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 여파 때문이다.

오전 6시부터 김동진 부회장, 이전갑 부회장, 채양기 기획총괄본부 사장, 이정대 재무담당 부사장, 김진권 경영지원실장 등 고위 임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속속 출근했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을 전혀 몰라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와 함께 대외협력 관계 담당자에 대한 질책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사과상자 분량으로 모두 80여 박스를 확보한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해 대조를 이뤘다.

◆ 외과수술식 표적압수=26일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본사 등 현대차 관련 세 곳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전 7시30분 시작된 압수수색에는 검사 10명과 검찰 수사관 90명 등 모두 10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오후 11시30분 마무리될 때까지 장장 16시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은 현장 투입에 앞서 치밀한 도상훈련을 했다. 미리 현대차 그룹의 사업 전반을 총괄 지휘하는 본사 기획총괄본부를 비롯해 압수수색 대상과 대상자를 선별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막상 밀고 들어갔을 때 현대차 본사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진입 후 각 부서의 조직도와 비상연락망부터 확보했다. 관련 임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에 나와 압수수색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특히 회계.재무 관련 부서에서는 평사원의 컴퓨터 본체의 내용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일반 기획부서의 경우는 부장 이상의 간부급 임직원의 자료를 선별적으로 압수했다. 이른바'표적' 압수를 진행했다.

이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검찰이 몇년치 장부를 압수하도록 법원이 도와줘서는 안된다"며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비판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문.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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