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차 수사, 정관계 로비 몸통 밝혀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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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은 김씨가 현대차로부터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압수수색을 한 것일 뿐 현대차 전체에 대한 수사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즉 로비자금의 출처를 캐기 위한 비자금 수사로, 기아차 인수나 현대차의 후계 구도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비자금 몇 십억원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대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해 비자금 조성 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한 시점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묘하다. 재계 일부에선 후계 구도 등과 관련한 사회 일각의 반(反)현대 기류와 연결시켜 '현대 손보기' 수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수사 관계자들은 현대차 비자금 수사에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갑자기 수사에 나선 게 아니라 이미 지난 1월 김씨를 체포한 뒤 내사를 계속해 왔다는 것이다. 검찰 설명대로 단순히 '건축 인허가 관련 로비'라면 어떻게 2개월 동안이나 내사를 해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에는 김대중(DJ) 정부 시절은 물론 현 정부의 경제 관료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DJ 정부 시절엔 김씨가 경제 관료를 통해 은행장 후보까지 추천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의 로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검찰은 로비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정관계 인사들과 김씨의 '검은 커넥션'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한다. 이와 함께 그 어떤 정치적 의도나 이용도 있어선 안 된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가급적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