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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선거 축제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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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들어 한국의 국공립대학의 총장선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개는 직선제에 의한 대학의 교수 및 직원 참여 선거 구조가 정착됐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 업무를 포함한 관리 감독을 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대학의 총장선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대학총장선거에 선관위가 개입하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학총장선거 과정에서 편 가르기와 과열, 혼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에 대학이 외부 개입을 자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관위 개입은 대학이 책임 있게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대학 총장은 대학을 대표하고 학내의 모든 연구와 교육, 그리고 행정을 총괄해 대학이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를 실현하는 자리다. 총장은 비전을 제시하고 대학 구성원 간의 조화와 원활한 협력을 이끌어 종국적으로는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발전을 위한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 운영을 보면 구성원 간의 관계가 원활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총장선거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난 이유 중 하나가 교수들만의 행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부 대학에서 교직원들이 총장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이들의 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를 두고 "교직원들이 총장선거를 좌지우지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는 선거권과 자유로운 의사 결정 행위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다.

일부 교수는 '교육과 연구'가 교수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총장선거도 교수의 고유 권한이며 교직원들이 선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연구라는 게 대학 구성원의 지원과 상호 협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체가 지향하는 대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교육과 연구를 교수만의 영역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총장선거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장선거에 교직원과 학생을 포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 구성원별 참여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가 중요하다.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라고 상대방을 인정한다면 어떤 문제든 극복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국공립대학들이 시행하는 총장 직선제를 보면 교수 대비 직원 참여율이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 합리적으로 논의해 이 비율을 높이고 학생들이 일정 수준 참여하도록 문을 열 필요가 있다. 간선제도 마찬가지다. 총장을 뽑는 대의원회를 구성할 때 교직원이나 학생들에게 일정 비율을 할당해야 한다.

최근 국립대 법인화가 논의되고 있는데 법인화된 대학에서 총장을 어떻게 뽑을지는 영국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영국과 같이 법인화된 대학에서는 이사회에서 총장을 지명한다. 1992년 개정된 영국의 고등교육법은 전국 대학 이사회를 12~24인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는 교수와 학생, 교직원, 지역 상공인 등이 두루 참여한다.

우리도 이제는 총장선거를 교수들만의 행사로 국한할 게 아니라 학생.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축제의 장으로 승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김진환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무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