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1조5000억달러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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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제 금융시장의 뭉칫돈이 헤지펀드로 계속 몰리고 있다. 주요국의 자산운용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고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헤지펀드에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가 헤지펀드의 상장을 허용하면서 그동안 '음지'의 투자대상으로 인식됐던 헤지펀드가 '양지'의 투자대상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 규모가 1조5000억 달러(약 1460조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문 조사기관인 '헤지펀드 인텔리전스'를 인용,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시장인 미국의 경우 1조 달러를 돌파했다"며 "이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의 규모를 가진 '빌리언 달러 클럽'이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헤지펀드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3000개 이상의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유럽의 헤지펀드 규모는 3250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5% 이상 성장했다.

특히 영국의 시장 규모는 유럽 전체 헤지펀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런던 시장의 경우 2555억 달러로 유럽 헤지펀드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의 시장 규모는 168억 달러로, 100개 이상의 펀드가 파리를 거점으로 운용되고 있다.

한편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규모도 1150억 달러에 달했다. 아시아를 주요 투자대상으로 한 헤지펀드 수는 2002년 100여개(15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00여개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 회복과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의 급성장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의 연기금 등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도 아시아를 타깃으로 한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12월 홍콩 소재 헤지펀드인 '비전인베스트먼트'에 1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뉴저지.펜실베니아 공무원연금 등도 수백만 달러 이상씩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 인텔리전스의 관계자는 "성숙 단계에서 접어든 미국의 헤지펀드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헤지펀드에 생소했던 유럽과 아시아의 경우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최근 헤지펀드 투자자 4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전세계 헤지펀드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주식 및 외환시장에서 치고 빠지기 식의 단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민간 투자기금. 투기성이 높은 투자대상을 골라 고수익을 올리는 것이 헤지펀드의 목표다. 미국의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헤지펀드계의 귀재로 유명하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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