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어」서 「대 소 억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주한 미군 철수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때에 주한 미군사렁관이 이 군대역할의 광역화를 공개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새로운 관심을 끌고있다. 「루이스·메네트리」 사령관은 26일 미 상원 세출위 국방소위의 태평양연안 방위에 관한 청문회에서 미 관계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를 발설했다. 그는 『한국의 경이적 성장을 고려해 한국과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변경되지 않으면 안된다』 고 말하고 『미 군사력의 광역적 역할을 감안한 좀더 넓은 시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침략에 대한 한국방위를 주한 미군의 역할이라고 해온 이제까지의 공식적인 미 입장과 대조를 이루는 발언이다. 24일의 하원 한반도통일문제 청문회에서 「랠프· 클러프」미 존스 홉킨스대교수도 이와관련, 한미연합사의 작전권을 갖고있는 미군의 지휘와 통제는 『한국을 외부침략으로부터 방위하는데만 적용된다』고 밝힌 것처럼 당초 미군의 주둔배경부터가 그래왔던 것이다.
휴전후 58년 중공군이 북한으로부터 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공군이 계속 한반도에 위협을 가하고있는것으로 판단했고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로 한데에는 중공군 침략에 대한 한국방위가 한가지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미·중공관계정상화에 따른 상황변화이후 미 방위부담을 우방에 차차 전가시키겠다는 내용의 닉슨 독트린에 따라 주한미군 2개사단중 1개사단이 철수하고 「카터」 대통령이 추후 번복하기는 했지만 잔여 병력철수를 발표하는등에 이르는 전과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한국방어」 개념은 그대로 이어져왔다.
미국의 극동전략선상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는 대소억지력의 기능도 갖고 있었지만 명분은 항상「한국방어」였던 것이다.
미군이 한국군에 작전권을 행사하는데 대해 북한이 끊임없는 비방을 가해오고 있을뿐 아니라 한국군도 내심으로는 작전권이양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서도 이같은 작전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미군의 대한방위공약을 최대한으로 확보하자는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은 선거기간중 작전권 이양문제를 추후 검토하겠다고 발언, 지휘체계등의 변화가능성을 비춘바 있다.
최근 미 정부관계자는 주한미군의 장래문제에 언급하면서 한·미군사령부를 분리, 작전권을 이양하는 경우 방위작전의 긴밀한 협조능력이 약화될것임을 지적했다. 그 반대로 숫적으로 열세인 미군을 한국군사령부밑에 둘 경우 미 태평양지역주둔 병력을 유사시 신속배치하는데 지장이 초래될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비록 1개 보병사단이지만 이는 전쟁이 발생하는경우 즉각 전투에 개입하는 병력이기 때문에 한국군휘하에 들어가는것을 미국이 반대하게 돼있다.
다시말해 지금 미군의 지위와 역할은 다른 어느때보다 많은 유동성을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리처드· 아미티지」 국방 차관보는 최근 하원 비밀청문회에서 『한국 국회의원 선거후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지 않으면 안될것』 이라고 말하고 『한국측은 약간 다른 병력주둔을 원할지 모르며 우리는 90년이후에 대비한 연합사령부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26일 상원청문회에서 「메네트리」 장군의 주한미군역할광역화발언과 아울러 「개스턴·시거」 국무성 아-태지역 담당차관보도 미 이익을 고려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이 지역과의 교역이 미 전체통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설명했다.
「아미티지」차관보는 하원 청문회에서 올림픽후 주한미군축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당분간은 예견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메네트리」장군의「역할광역화」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될지 아직은 의문이지만 일단 미군감축등으로 해석되는것은 아닌것 같다.
필리핀의 미군기지 문제라든가 주변상황에 비추어 주한미군을 북한의 대남침공에 대한 억지로서뿐 아니라 주일미군이라든가 필리핀의 미군과 같은 지역군개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로도 해석 할 수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