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천재 스피스, 심각한 퍼트 슬럼프 1.5m 이내 버디 성공률 꼴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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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을 읽고 있는 조던 스피스. 퍼트로 먹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과거와 달리 그린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USA TODAY=연합뉴스]

그린을 읽고 있는 조던 스피스. 퍼트로 먹고 산다는 얘기를 들었던 과거와 달리 그린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USA TODAY=연합뉴스]

퍼트 천재 조던 스피스(25)가 심각한 퍼트 슬럼프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퍼트로만 보면 동시대 선수 중 최고, 어쩌면 역대 최고일수도 있다고 평가되던 스피스이기에 더 의외다.

스피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템파 인근의 이니스부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벌스파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5오버파 76타를 쳤다. 144명중 공동 122위다.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나빠 페어웨이, 그린 적중률이 떨어졌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 그를 살려주던 퍼터가 전혀 도와주지 않아 3~4, 7~9번 홀에서 보기를 했다. 오히려 짧은 퍼트를 앞에 두고 스피스는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스피스가 이날 퍼트로 손해 본 점수는 1.56타였다.

올 시즌 전체적으로 스피스의 퍼트 성적은 매우 나쁘다. 평균 퍼트수(109위), 퍼트 전반(188위) 등 퍼트 통계 전반에서 하위권이다. 퍼트 통계 중 가장 정확하다는 퍼트로 번 점수는 163위다. 한 라운드마다 퍼트로 0.32타씩을 손해보고 있다. 1.56타를 손해 본 이번 라운드 통계가 추가되면 더 떨어지게 된다.

스피스는 2015년엔 라운드 당 0.57타를 벌어 9위였고 2016년엔 0.76타를 벌어 2위였다. 2017년 퍼트 슬럼프 조짐을 보이더니 올해 급격하게 추락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짧은 퍼트다. 올 시즌 1.5m 이내 버디 퍼트 성공률에서 조던 스피스는 꼴찌다. 15개 중 7개를 넣는데 그쳤다. 스피스는 2016년도엔 91%를 성공시켰는데 그 때에 비해 반타작이다. 꼭 넣어야 하는 1.2m짜리 퍼트는 16%를 놓쳤다.

함께 라운드하는 타이거 우즈와 조던 스피스. 우즈도 그린에서 0.07타를 손해봤지만 스피스 보다는 1.49타가 좋았다. [AFP=연합뉴스]

함께 라운드하는 타이거 우즈와 조던 스피스. 우즈도 그린에서 0.07타를 손해봤지만 스피스 보다는 1.49타가 좋았다. [AFP=연합뉴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선수들에게 부진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이 씨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슬럼프 기미가 농후했기 때문에 스피스는 한 달 전 직접 말을 꺼냈다.

그는 AT&A 프로암 직전 기자회견에서 “마이너 슬럼프다. 아이언은 매우 잘 치고 있는데 퍼트가 부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라이더컵에서 중요한 퍼트를 남겨뒀을 때 동료들은 내가 그 퍼트를 하기를 희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자신에게 건 일종의 주문이기도 했다. 당시 스피스는 평균 퍼트수 153위, 퍼트로 얻은 타수 195위, 퍼트 전반 200위였다. 가장 퍼트를 못하는 선수였다. 이후 스피스의 퍼트는 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9일 라운드에서 다시 급격하게 무너졌다.

스피스는 분수령에 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선수여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입스라는 깊은 골짜기로 추락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타이거 우즈는 경기 후 "최고 선수 그룹에 다시 올라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는 경기 후 "최고 선수 그룹에 다시 올라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한편 스피스와 한 조로 경기한 타이거 우즈는 1언더파를 쳐 공동 8위다. 우즈가 이번 대회 톱 10에 들면 2015년 윈덥 챔피언십 후 2년 7개월만이다.

김민휘는 4언더파를 친 선두 코리 코너스에 한 타 차 공동 2위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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