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 알선 해주고 거액챙겨,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부가 시행하는 벤처 금융지원을 알선해주고 벤처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금융전문가와 변호사, 금융기관 직원 등이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지난 3~8월 벤처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를 벌여 돈을 받고 벤처지원 자금 유치를 알선한 혐의(특경가법상 알선수재 ) 등으로 금융컨설팅 업체인 트라인캐피탈 대표 남정현(南丁鉉.39)씨 등 14명을 구속 기소하고,安모(39) 변호사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南씨와 安씨 등은 2001년 5월 H사 등 12개 벤처기업이 동양종금이 발행을 대행한 '벤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에 참여해 4백20억원을 지원받도록 알선하는 대가로 8억4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 과정에서 南씨로부터 각각 1천5백만~3천만원을 받고 해당 기업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한 전직 종금사 직원 2명과 南씨에게 주식 투자와 관련한 편의를 봐주고, 6천만원을 받은 한국산업은행 鄭모(46) 팀장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알선한 12개 벤처기업 중 5개가 파산.부도처리됐고, 나머지 기업도 경영상태가 매우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며 "CBO에 참여한 벤처기업들이 부실해지면 상환을 보증한 기술신보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벤처 프라이머리 CBO=신용도가 투기 등급(B~BB)에 해당하는 벤처기업의 회사채에 정부출연기관인 기술신보의 보증을 덧붙여 신용도가 최고 등급(AAA)으로 높아진 채권담보부증권을 발행,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토록 한 것이다. 2001년 9백14개 벤처기업이 참여해 모두 1조7천억원어치가 발행됐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