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파업 직장폐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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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파업이 벌어지면 사업주가 합.불법에 상관없이 직장을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합법 파업에 한해서만 직장을 폐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신규 채용과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로 사업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파업의 실효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조업 방해 ▶생산시설 점거▶사업장 출입 저지▶폭력.파괴 등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반면 쟁의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조정을 거쳐야 하는 조정전치주의를 없애고, 사업자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가압류 신청 때 노조의 존립과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4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은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것으로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방안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급여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조 규모별로 법령이 정하는 기준 내에서 제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

또한 노조의 자금 수입원과 집행현황 등을 외부 회계법인에서 감사받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사용자가 임금 삭감 등 근로조건 변경안을 근로자에게 제시했을 때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기업이나 공익사업장 등 국민생활과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노동부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긴급조정의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할 방침이다.

대신 노동계의 요구대로 '필수 공익사업장' 개념은 없애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기.가스.통신 등의 공익사업장에선 최소한의 의무만 지키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盧대통령은 이날 노사 선진화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길 바라지만 너무 지지부진하고 합의의 가망이 없는 경우 내년 이후에는 이번 발표안을 근간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입법은 아니더라도 방향은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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