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조 합천군수 "농촌 노총각 사기결혼 피해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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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촌 노총각들의 결혼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사기결혼 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군(郡)이 직접 나서기로 했습니다."

심의조(沈義祚.65.사진)경남 합천군수가 '국제 중매쟁이'로 나섰다. 沈군수는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지린(吉林)성을 방문, 국제결혼에 관한 협약을 맺고 지난 3일 귀국했다. 이 협약에 따라 합천군은 우선 총각 10명, 지린성은 조선족 처녀 10명을 각각 선정해 올해 안에 지린성에서 맞선을 주선하기로 합의했다.

沈군수는 이번 협약을 위해 군 농업기술센터에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 합천 출신인 지린성 토지국장 박춘모(58)씨와 6개월간 협의를 해왔다.

沈군수는 "노총각을 결혼시켜 농촌에 정착하게 하면,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고질적인 농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농촌인 합천군은 해마다 인구가 2천여명씩 줄면서 지난해 말 현재 인구가 5만7천6백여명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인구는 정부의 지방교부세 지원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합천군은 인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합천군과 지린성은 처녀.총각들로부터 주민등록표.학력증명서.건강진단서.가족사진 등을 받아 확인한 뒤 상대국에 보내 대상자를 고르게 한다.

沈군수는 "한국 총각들이 중국을 방문해 맞선을 보게 하고 부모와 당사자가 결혼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러한 모든 과정은 사업추진위원들이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올해 농촌 총각들의 중국행 항공료 등 경비 6백여만원 중 일부를 지원하지만, 내년부터 더 많은 금액을 지원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합천에서 결혼할 경우 공공예식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결혼비용 일부도 지원키로 했다.

합천군은 군내에 사는 35세 이상 노총각이 1백2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沈군수는 "앞으로 희망자들이 있는 한 국제중매를 해마다 주선할 예정이며, 반응을 봐가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합천 출신 노총각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조선족 처녀들의 한국 내 적응이 쉽도록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담기구를 구성하고, 두 자치단체가 총각.처녀의 신분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정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의=합천군 농업기술센터 055-930-3663.

합천=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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