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흔드는 삼바축구 율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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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거리는 삼바 리듬이 K-리그 그라운드에 차고 넘친다.

K-리그 12개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53명 중 무려 57%인 30명이 브라질 선수다. 더구나 이들은 득점과 도움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다.

'토종 폭격기'김도훈(성남)의 고군분투가 외로워 보일 정도다. 라데-마니치-샤샤로 이어진 동유럽세의 퇴조도 완연하다. 이쯤되면 '브라질 선수가 K-리그를 점거했다'는 표현도 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꼭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 준다. 울산 현대 김정남 감독은 "볼을 다루는 기술과 골찬스에서의 침착함.집중력은 국내 선수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신경질을 잘 부리고 독선적인 경향이 강한 동유럽 선수보다 성격이 유순한 점도 브라질 선수를 선호하는 요인이다.

전북.전남.울산 등 브라질 출신으로만 외국인 선수를 채우는 팀이 늘어나면서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따마르(전남)는 "말이 통하는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출 수 있고, 서로 의지하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K-리그에 브라질 1급 선수들이 몰려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브라질은 장기 불황과 구단의 재정난으로 인해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 시장도 얼어붙은 상태라 많은 선수가 한국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빅리그 클럽에서도 일상사가 돼 버린 '임금 체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 생활과 K-리그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선수 10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 이들은 한국의 좋은 날씨와 인심, 편안한 주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뚜따(수원)와 히카르도(안양)는 "밤거리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치안이 확보돼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K-리그 경기가 무척 빠르고 힘이 넘치지만 선수들의 '생각하는 플레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장 인상적인 국내 선수로는 스페인으로 떠난 이천수가, 외국 선수로는 도도.마그노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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