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정지 화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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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3보(34~48)=34까지 진행되고 난 뒤 바둑은 정지 화면이 되었다. 탕웨이싱 9단이 다음 수를 놓지 않고 한참이나 고민에 빠진 거다. 바둑의 윤곽이 결정되는 시기라 중요한 때라고 판단한 듯 하다. 탕웨이싱 9단의 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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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지루해질 즈음 탕웨이싱 9단의 손길이 하변으로 향했다. 탕웨이싱 9단은 하변을 전초지로 삼고, 35로 두 칸 뛰어 시원하게 중앙으로 달려나갔다. 호방한 모양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방향이 살짝 아쉬웠다. 여기에선 '참고도'처럼 흑1로 우변 쪽부터 힘을 실어주는 게 더 좋았다. 백2를 역으로 당하는 아픔을 고려해도, 훗날 a로 나오는 수를 노려볼 수 있어 짭짤하다.

하지만 실전에선 35로 뛰는 바람에 36을 당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픈 자리였다. 흑은 우변 돌을 살리기 위해 37로 2선을 기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왠지 초반부터 백이 기분 좋은 흐름이다.

참고도

참고도

그런데 순조로운 흐름에 안국현 8단이 순간 방심한 걸까. 뒤이어 나온 38이 약간 느슨한 수 였다. 지금 상황에선 38 대신 A로 벌리고 싶은 자리. 역시나 흑은 38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39로 적진에 풍덩 뛰어들어 왔는데, 통렬한 침투다. 흑의 41~45가 좋은 수순이다. 순식간에 좌하귀에 알토란 같은 흑의 근거지가 마련됐다. 실리파 탕웨이싱 9단에겐 매우 흡족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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