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살 권리가 있다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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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목발에 몸을 의지하고 선 청년이 핏발선 눈으로 외쳤다.
『병신도 사람이야. 우리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구』휠체어에 앉은 하반신마비소년은 손을 내저으며 울먹였다.
『장애자는 제땅도 마음대로 밟을수 없는거야?』
그러나 성한 사람들은 이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급기야 서로 멱살을 쥐고 욕설을 퍼붓는 충돌극이 벌어졌다. 밀고 밀리는 몸싸움 과정에서 한 장애자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24일 낮 서울 청량리1동53의4 주택가 골목길. 공사용 포크레인을 바리케이드로 삼고 경기도구리시 「신망애재활원」소속 장애자 50여명과 이동네 몸성한 주민들간에 벌어진 집단 몸싸움의 현장.
재활원측은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아 이동네에 재활비마련을 위한 복지회관건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땅값하락등의 이유를 내세운 주민들의 반대로 기초공사조차 못했다.
장애자들은 이에 항의, 1주일째 이동네 주댁가골목길을 돌며 농성을 벌이다 이날 몰려나온 주민들과 충돌했다.
『TV등에서 장애자들의 재활의지를 볼때는 깊은 연민을 느껴요. 하지만 막상 우리이웃이 된다니까 보통문제가 아니더군요.』 자녀들이 「병신흉내」내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필사적으로 회관건립을 저지해왔던 한 주민의 항변.
재정난으로 하루 한끼를 항상 라면으로 때워야 하는 누더기차림의 장애자와 자신들의 「주거환경」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정상인」사이의 이해대립.
『신체불구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민들은 정신적 장애자들입니다.』
몸싸움끝에 쓰러진 장애자를 부축하며 돌아서는 박춘화원장의 절규같은 독백이었다. <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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