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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줄었다…4년 반만에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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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늘어나기만 하던 가계 빚이 지난 2분기 중에 4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신용카드와 일반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카드사들이 문턱을 높이는데다 경기가 위축돼 외상물품의 구입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4일 6월말 현재 가계신용(가계 빚+판매신용) 잔액은 4백39조8백68억원으로 1분기(4백39조3천3백93억원)보다 2천5백25억원(-0.06%)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평균 빚도 2천9백15만원으로 1분기(2천9백16만원)에 비해 1만원 적어 지난해 말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가계빚이 줄어든 것은 1998년 4분기에 2조5천억원(-1.3%) 감소한 이후 4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2분기 중 가계대출은 은행 대출(+9조7천억원)과 신협.금고 등의 대출(+3조5천억원)은 다소 늘었지만 카드사와 할부금융사의 대출(-8조4천억원)이 움츠러들면서 전체 증가폭이 전 분기(5조6천억원)와 비슷한 5조8천억원에 그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판매신용은 침체된 소비심리의 영향으로 소비자가 외상물품의 구매를 꺼리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소비재의 판매와 백화점 신용판매 등이 크게 줄어들어 사상 최대의 감소폭(6조6백4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동안 신용카드 발급과 가계대출을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은행과 카드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대출을 억제하거나 적극적으로 회수함에 따라 가계빚은 줄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돈줄죄기가 연체율을 높이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카드사가 현금대출 비중을 50% 이하로 축소하는 등 정부의 강도높은 가계대출 억제책이 실시된 데다 소비위축까지 겹친 탓"이라며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의 활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계빚 감소를 위한 연착륙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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